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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멈춘자리

자식이 뭔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학교가는 길, KBS 대기획/디렉터스 컷)

 

 

 

엊저녁(2017년 1월4일) 자정 넘어 늦도록 KBS에서 방영한

KBS 대기획 디렉터스컷  "히말라야 사람들"중 

<제1편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학교 가는길>을 보고 이번에도 쉽게 잠 들수가 없었다.

실은 이 영상을 년전에 어느 TV에선가 방영하는 걸 한번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충격적이어서 오랫동안 잔상들이 나를 따라 다녔고 그후편 얘기가 궁금하였다.


인도의 깊은 산간 오지 마을인 차(cha)마을 사람들 이야기다.

자식에 대한 교육만이 혹독한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일념으로

자칫 조그만 실수에도 오다가다  죽을수 있는 그 험준하고 위험한 길을 나선다. 

일년을 떨어져 살아야 할 자식의 학용품이나 옷가지며 그외에 생활에 필요한것들,

그리고 목적지까지 갔다 다시 되돌아 올 동안 먹어야 할 식량과 텐트나 침낭 같은

침구등을 꾸려 지게에 지고 아버지 들은 아이를 데리고 처절한 여정을 시작했다.

해가 떨어지면 영하 30도까지 내려간다는 혹한의 날씨속에서 아무런 등짐이 없어도

넘기 힘들 굽이 굽이 빙판 산길과 물보다 얼음덩이가 더 많아 저벅거리는  

물길을 등에 지게를 진채 몇번씩이나 미끄러지고 나동그라지고 물에 빠지기도 하면서 

묵히 걸어간다.  때론 힘들어하는 아이를 지게의 짐위에 올려 앉힌채 걸어간다.

 


 


일년중 6개월이 겨울인 그곳에서 길 나서기에 적기는 얼음길이 열리는 2월이란다.  

아침에 햇볕이 비치기 시작하면 따듯해서 좋을 것 같은 일반적 생각과는 달리

해가 뜨면 얼음길이 녹아 물이 되므로 녹기 전에 일찍 길을 나선단다. 

이들은 추운것 보다 얼음이 녹는 걸 더 두려워 했다.

 



 


물길을 지난후엔 고무 장화를 벗어 거꾸로 기울여 장화 안에 가득 고인 물을 연신 쏟아 낸다.

그럴때마다 양말을 벗어 물끼를 짜낸후 얼음 물에 불어 빨갛게 부은 발위에 도루 신는다.

산의 아래로 내려오면서 강물은 야속하게도 더욱 불어 났다.

허벅지를 육박하는 물을 건너기 위해 아버지들은 물에 내려서기 전에 모두 얼음위에서

바지를 벗어 지겟짐에 얹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아이의 걱정스런 눈표정엔 미안함과

고마움이 섞여 있어 더욱 안쓰러웠다. 

앙상한 아랫도리의 맨살을 드러낸채 장화를 신고 물을 건너가 먼저 짐을 내려 놓고

다시 돌아와 아이를 날랐다. 

나는 안다.  맨살에 고무장화 입구 언저리가 정갱이에 닿으면 그부분이 빨갛게 쓸리며 아픈걸 ...

어려서 여름 장마통에 장화 신기를 싫어한 이유였다.

하물며 냉동고 보다 찬기온에 빳빳해 진 고무재질의 위력은 생각만해도 아픔이 느껴진다.


그중에 아비 없는 손주를 데리고 나선 73세의 할아버지.   

다른 젊은 아비들도 힘들어 하는 그 역할을 같이 하는 장면에선 코끝이 시려왔다.

지난번에도 오래 잊을 수가 없었던 이 할아버지의 벗은 아랫도리는 이번에도 

나를 쉬이 잠들수 없게 했다.  근육이 빠질데로 빠져 앙상하고 탄력없는 그 허벅지는

돌아가시기 전의 부모님들 모습였다.

안타깝지만 어느 누구도 도움을 청하는 손을 내밀 수도 없고, 그 손을 잡아 줄 수도 없는

매우 냉정한 극한 상황이었다.





오후에 해가 지면서 급강하 하는 기온이 몰고오는 추위는 온몸으로 참아내야 하며

밤에는 텐트를 이불삼고 더러는 얼음 위에서 침낭에 몸을 넣어 잠을 자기도 하며

여정을 계속한다.  열흘간의 이런 힘든 여정을 보내고 일행은 차다(얼음길)의 끝에

있는 '레'라는 학교가 있는 마을에 도착한다. 

다행히 한사람의 낙오자 없이 모두 무사히 온 것이다.

 

일년의 세월 후에나 다시 만날수 있는데도 아이는 잠시 아비에게

눈물을 보이는가 하더니 이내 등돌려 교정 안으로 들어간다. 

독립을 준비하며 아비품에서 떠나고 있는 순간인 것이다.

아직은 어려서 이별의 경험이 없는 아이는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인한 

타들어 가는 듯한 목마름의 고통이 뭔지 모르는거 같았다. 

그런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한채 떨구는

아비의 굵은 눈물과는 사뭇 비교되는 장면 이었다. 

항간에 간혹 부성애의 상실로 불미스런 뉴스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면 마냥 걱정스러움이 앞서는 요즈음 

너무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감동적인 장면 이었다.

 

이 순간 지난 열흘동안 어떤 역경을 거쳐 이곳에 왔는지는 

이별의 무게에 밀려 일행 누구의 머리에도 없는 듯보였다. 

혹시나 아이는 아비에 대한 고마움을 제데로 마음에 새겼을까?

혹시나 아비는 당신의 이고생이 자식때문이라고,

그러니 자식의 효도가 당연히 뒤따르리라 기대하진 않나?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그리곤 아비들은 그험한 길을 여러날 걸려 되돌아 가야겠지...  

등짐의 무게는 가벼워졌겠지만 그 빈자리를 그보다 훨씬 무거운 걱정과

그리움의 무게로 가득 채운 채 가족에게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세상 모든 아버지들의 숙명적 이야기의 한 단편인것 같아 마음이 짠했다.

자식이 뭔지 ....

 

 

 

 

 

 

내가 궁금한 "그후"의 스토리가  "3년 후"라는 자막과 함께 이번엔 방영 되었다.

화면 상태가 좋지 않지만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세월의 속도와 환경의 적응력이 보인다.

세상은 그렇게 변해 가나 보다.